이것이 파리의 화려함이다
이번 파리 여행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 중 하나였던 오페라 가르니에. 오페라 가르니에 하면 오페라의 유령과 샤갈의 천장화가 자동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딱히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던 곳이었다. 그냥 일정이 맞으면 가고 아님 말고 정도의 관광지 느낌? 그런데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자 파리에 오래 살았던 친구가 오페라 가르니에도 꼭 가보라는 dm을 보내왔다. 나를 잘 아는 친구가 내가 좋아할 곳이라며 추천하는데 안 가볼 이유가 없었다. 다행히 라파예트 백화점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급히 예약하고 다음날 방문할 수 있었다.
오페라 가르니에 예약 방법
예약 방법은 간단하다. 공식 홈페이지 https://www.operadeparis.fr에서 손쉽게 예약할 수 있다. 홈페이지 첫 화면에 알 수 없는 프랑스어가 가득하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. 언어 설정을 fr에서 en으로 바꾸면 쉽게 영어 홈페이지가 뜬다.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program & ticket 을 클릭하면 현재 공연 중인 작품 예매 페이지가 뜨기 때문에 Visit 항목을 클릭해야 한다. 가이드 투어도 있지만 나는 self-guided tour로 선택했다. 가격은 14유로고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오디오가이드도 들을 수 있다.
유명한 샤갈의 천장화. 실제로 본 소감은...
일단 제일 궁금했던 건 샤갈의 천장화였기 때문에 바로 그 쪽으로 갔다. 정말 천장에 누가 봐도 샤갈샤갈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. 프랑스를, 특히 파리를 사랑한 샤갈은 파리를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. 그가 남긴 유명한 말 중에 "내 예술은 파리가 필요하다. 나무가 물이 필요한 것처럼" 이라는 말도 있다고 할 정도로 파리를 사랑한 화가였다. "꿈의 꽃다발" 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에는 빨간색, 노란색, 초록색, 파란색으로 구역을 나누어 배우와 음악가, 무용수가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. 처음에는 금빛이 휘황찬란한 극장의 분위기와 빨파노초로 알록달록한 천장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자세히 보면 볼 수록 몽환적인 샤갈의 그림에 극장이라는 장소가 주는 두근거림과 상상력이 극대화되어 공간이 주는 힘을 한층 더 끌어올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.
화려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
샤갈의 천장화를 본 벅찬 감동도 잠시. 중앙 계단에서 이어지는,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가장 화려한 연회장은 정말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휘황찬란하고 화려했다.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을 모방했다는 이 공간은, 날씨와 일정 때문에 베르사유 궁전 방문을 포기한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(베르사유는 못 가봐서 모르겠지만...이 이상으로 어찌 더 화려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었다).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화려함은, 과거 이 공간에서 살아 숨쉬던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과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. 역사가 주는 매력은 그런 것 같다. 사실 역사나 문화나 예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무식쟁이이지만, 과거가 보존된 공간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그 공간이 만들어진 시대와 그 공간에 존재하던 그 시대 사람들에 대해 상상해보게 된다.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어느새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그 순간. 나는 그때 역사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.
아쉬웠던 짧은 방문. 다음을 기약하며.
사실 오페라 가르니에는 귀국 전날 급하게 끼워 넣은 일정이라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느긋하게 관람할 시간이 없었다. 나의 최애 뮤지컬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이야기도 더 듣고 싶고 뮤지컬의 모티브가 된 공간도 더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. 시간이 있었으면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공연을 보는 것도 정말 멋진 경험이 되었을 것 같다. 5번 박스석에 팬텀이 있다는 상상을 하며 공연을 관람하는 경험. 이번엔 못 해서 아쉬웠지만, 아쉬움이 있어야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거니까. 다음 파리 방문에서는 오페라 가르니에 공연 관람을 1순위로 올려야겠다. 그런 날이 곧 오길 기다리며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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